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회사, 지역 및 각종 뉴스와 정보는 허구에 기반하였으며 동일한 이름을 가진 인물, 회사, 지역은 작가의 상상력과 실제 지명이 우연히 일치한 것이며 어떠한 연관성이나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아빠! 이번에 진짜 중요한 투자라서 돈이 꼭 필요해. 얼마 전에 오빠한테 신도시에 있는 상가 매매한 돈 줬잖아. 오빠한테만 주지 말고, 나한테도 좀 주란 말이야. 아, 정말!”
승미의 찢어지는 듯한 목소리가 성연에게 조곤 조곤 이야기하는 여섯살 짜리 아이 같았다.
“승미야, 너 저번에도 코인 투자 한다고 많이 가져갔잖아. 이번에 또 그렇게 주고나면 아빠는 지낼 곳도 없어지는데, 이제 아빠 어디로 보러 오려고해.”
어린 아이 달래는 듯한 성연의 말투는 수 십년 전 만화 영화 캐릭터 옷을 입은 어린 딸에게 동화책 읽어주듯이 나긋나긋 했다.
“아우, 또 그소리야. 내가 아빠 없이 어떻게 살아. 그래도 조금만 주면 안될까?”
승미 역시 어린 딸이 아빠가 좋아서 어쩔 수 없어 하는 모습처럼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다.
“승미야, 신탁에서 더 돈을 뺄 수가 없단다. 그러니 오빠랑 연락해서 도움을 청해봐”
“알았어, 오빠랑 이야기 해 볼께” 승미는 못내 아쉬운 표정으로 뒤돌아 서서 나가 버렸다. 전에는 애교를 잔뜩 섞어 이야기할 때 무리한 부탁도 들어줬던 아빠인데 얼마 전부터 안통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면회소를 나와서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승미는 못내 아빠의 돈을 받아가지 못해서 아쉬웠다. 그리고 이렇게 발달된 세상에서 아빠를 보려면 굳이 이곳까지 와야 하는 것이 내심 불만이었다. 가까운 미래 어느 해 가을도 벌써 깊어가고 있었다. 길가의 코스모스가 흩날리며 돌아오는 길은 어릴 적 아빠와 함께 걷던 공원길 같았다. 어릴 때 갔던 그 공원은 초등학생 승미에게는 몽골 초원처럼 넓고 히말라야처럼 언덕이 많았다. 그러다 문득 오빠에게 전화를 걸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냉큼 전화를 걸었다.
“사악한 존재에게 전화” 승미가 말을 마치자 앞 유리창에 오빠 얼굴이 비추어지면서 통화가 연결이 되었다.
“바쁜데 왜?” 승민은 퉁명스럽게 대답하고 컴퓨터 화면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야, 나 돈 좀 줘” 승미는 다짜고자 돈 보내 달라고 이야기 하자 승민은 쳐다도 보지 않고 대답한다.
“내가 돈이 어디 있냐?” 그러자 승미는 쏟아 붙이면서 이야기 한다.
“저번에 아빠한테 상가 매매한 돈 받아갔잖아!” 그제서야 승민은 전화 화면을 쳐다 보면서 이야기 하기 시작한다.
“그건 엄마 집 옮기는 데 쓴 거잖아. 서울 집값 비싼 거 알잖아. 내가 모아 놓은 돈도 많이 보태 드렸어.“
“그럼 오빠가 모은 돈 주면 되잖아!” 승민은 고개를 가로로 젓다가 한 숨을 푹 쉰다.
”줄 돈은 없지만, 뭐하려는지 들어는 보자. 그래 우리집 막내 무슨 돈이 얼마나 필요한 거야?“
승미는 최근 알게 된 코인에 대해서 설명한다. 승미 자신이 들었던 코인의 무한한 성장 가능성과 레버리지 효과를 브로셔의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설명한다. 이미 수십번도 더 읽어 봐서 줄줄 외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중간에 들어 있는 오타의 문단 위치와 제대로 된 단어가 무엇인지 설명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예상대로 승민은 단칼에 거절했고 왜 그런 투자가 위험한지 일장 연설이 이어졌다.
“알았다고, 알았으니 그만해. 아빠는 그 안에서 투자도 안 하고 뭐 하고 있는거야. 다른 아빠들은 그 안에서 투자해서 돈도 잘 벌던데. 우리 아빠 조성연씨는 투자도 안하고 뭐하는지 몰라“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승민이 언성을 높여 승미를 쏘아 붙이듯이 말했다. “너 또 아빠한테 갔어? 이제 아빠 신탁에 남은 돈으로 얼마나 더 그곳에 있을지도 모르는데 넌 아직도 철이 안 든 거냐?”
승미가 턱끝을 치켜세우며 당당히 말했다. “그러니깐, 투자도 해서 돈도 불리고, 신탁에 돈도 더 넣으면 되잖아.”
아까보다 다 힘차게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다시 컴퓨터를 쳐다 보면서 말했다. “전화 끊는다. 너도 이제 좀 정신 차리고 돈 필요할 때만 가지 말고, 자주 좀 아빠 보러 가고 그래.”
아빠와 오빠에게 보기 좋게 거절당하고 승미는 창밖을 내다 보았다. 반대편 차선은 나들이 객으로 꽉 막혀 있었다. 짜증만 나던 승미는 눈을 감고 파나니니 소나타 6번을 들으며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하니 유민이 손자와 함께 있었다. “할머니~!” 손주 현주가 현관까지 뛰어 와서 와락 안기자 토닥 거리면서 손주를 안아주고는 아들 유민에게 이야기 한다.
“연락도 없이 웬 일이냐?” 유민이 웃으면서 이야기 했다. “내가 엄마 집에 오는데 연락하고 와야 하나? 근데 어디 갔었어? 한참을 기다렸는데.”
“너 할아버지 뵙고 왔다.” 유민은 여전히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 “나도 데려가지, 나도 할아버지 보고 싶은데”
“그래, 다음에는 현주랑 다 같이 가자.” 승미의 대답에 유민은 더 밝은 표정으로 현주를 번쩍 들어서 안고 소파에 가서 앉는다.
“현주는 엄마한테 언제 다시 가야 하니?” 승미가 묻자 유민의 낯빛이 해질녘처럼 어두워 진다.
“주말 끝자락에 데려가기로 했어. 현주 앞에서 뭐 그런 걸 물어봐“ 승미는 눈을 흘겼다.
“너는 MBA까지 나와서 신탁회사가 뭐냐.” 유민은 다시 표정이 밝아져서 신나게 나불거린다.
“얼마나 재미 있는데, 할아버지가 맡긴 신탁보다는 급이 낮은 회사지만 우리 회사도 고객이 얼마나 많은데” 신나게 자랑을 늘어 놓는데 유민의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려댄다.
“어, 유리님 무슨 일이에요? 서버가 갑자기 다운됐다고요? 그럼 스탠바이 서버가 올라 오겠조. 네? 장애 대응이 하나도 안된다고요? 어떤 서버인데요? 뭐라고요? 안되겠다. 내가 지금 바로 갈께요.”
엄마, 현주 좀 봐주고 있어요. 회사에서 급한 일이 생겨서 가봐야 돼. 전화 할께요.“ 유민은 말을 마치지도 않고 쏜살 같이 달려 나갔다.
유민이 현관을 우당탕 거쳐 나가고 승미는 현주옆에 앉아서 핸드폰 속 현주의 어릴 적 사진이며 고조 할아버지, 할머니 사진은 보면서 찬찬히 설명해 주었다. 현주는 못내 참고 있었지만 재미 없는 눈치였다. 그때 전화기에 조서현이라는 이름으로 전화가 왔다.
‘뭐야, 갑자기 왜 전화야’.
“여보세요. 아유 대단하신 조서현씨께서 미천한 제게 전화도 주시고 어인 일이십니까?” 승미는 비야냥거리며 전화를 받았다.
“됐고, 뉴스 봤니?” 평소 같으면 말싸움을 한 보타리 했을 큰 언니지만 오늘은 정색하며 말을 이어 나갔다.
“유민이가 다니는 회사가 ‘IIY‘ 맞지?” 승미는 유민이 회사 이름까지는 모르고 있어서 아마도 맞을 꺼라고 대답했다.
“지금 ‘IIY’ 무차별 공격당하고 있다는데 괜찮은 거야?“ 서현이 왜 유민이 회사까지 신경쓰는지 모르지만 아들의 회사라고 하니 덜컥 겁이 나서 뉴스를 확인 하려고 전화를 끊으려고 했다.
“전화 끊어 봐. 확인해 보게.”
“아니, 뉴스를 스마트폰으로만 볼 수 있나?“ 서현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TV나 컴퓨터로 볼 수 있지만 휴대폰으로 확인해야 서현의 전화를 끊을 수 있으니 망설임 없이 전화를 끊고 유민에게 전화를 걸었다. 유민은 몇 번을 전화를 걸어도 통 받지 않았다. 뉴스를 찾아 보니 IIY 본사의 내부 사정으로 모델을 저장하고 있던 저장소들이 모두 정지했고, 백업 서버들도 모두 동일한 문제로 동작하지 않는다고 보도 했다. 승미는 회사에 큰일이 나서 유민이 오늘 집에 늦게 들어 올것이다라는 해석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단어와 상황을 일축해 버렸다.

승미의 예상처럼 유민은 동틀 때가 다되어서야. 근심과 수심이 가득한 얼굴로 집으로 돌아왔다. 그 웃음기 많던 유민은 인사만 간단히 하고 씻고 현주가 있는 방으로 들어가서 잠들어 버렸다. 승미의 핸드폰에는 몇 통의 전화와 메세지 들이 남겨져 있었다. 모두 서현의 연락이었다. 서현이 조카의 소식을 이렇게나 궁금해했었는지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도 선뜻 이해되지 않았다. 모두가 깨어날 시간에 승미의 집은 너무나 평온한 고요로 가득 차 있다. 한두 시간이 지났을까? 아늑한 고요를 깬 건 유민의 전화벨 소리였다.
“여보세요? 아, 유리님! 어제 백업된 자료들 오늘 복귀해야 하니깐 제가 갈 때까지 준비해 주세요.”
유민은 오늘은 저녁 먹기 전에 들어 올 거라는 말만 남기고 쏜살같이 문을 박차고 나가 버렸다.
전화기 너머로 소리가 들리지 않았지만, 회사에 남아 밤을 새운 직원들의 피곤함이 전해지는 것 같았다.
“말로야, 아침은 간단하게 토스트랑 에그 프라이로 준비해 줘. 내 것과 현주것 까지. 나는 써니사이드업으로 해주고, 현주는 노른자까지 모두 터트려줘”
“네, 아침 준비하고 간단히 집 안 청소할께요.” 낭랑한 목소리로 말로가 대답하고 부엌으로 들어갔다.
“아우, 우리 아빠도 말로처럼 내가 이야기하면 다 들어 줬으면 좋겠네.”
승미는 현주가 곤히 자고 있는 방으로 들어가서 현주를 깨운다.
“우리 공주님, 이제는 일어나야 해요~”
“아빠는 어디 갔어?” 현주가 떨어지지 않는 눈을 애써 치켜뜨며 유민이 있어야 할 자리를 쳐다본다.
“회사에 급한 일이 있어서 나가셨어. 저녁때 들어 오신데.”
“저녁에 엄마한테 가야 하는데.” 현주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지며 고개를 떨군다.
“현주 다음 주에 또 오면 되지. 자, 나가서 아침 먹자~“ 식탁 위에는 주문한 음식이 한 치의 오차 없이 놓여 있었다.
“할아버지는 어디에 계세요?” 현주가 밥을 먹다 포크를 처음처럼 가지런히 놓고 질문한다.
“응? 할아버지는 돌아가셨지.”
“아니, 아빠의 할아버지요.” 현주가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 다시 한번 물었다.
“아, 증조할아버지 이야기하는 거구나? 할머니 아빠 말하는 거지?“
“네, 증조할아버지요!” 현주가 의자에 앉아서 차렷 자세 시늉을 내면서 대답했다.
“현주의 증조할아버지는 엘레시움 평원이라는 곳에서 지내신단다.“
“거긴 어떤 곳이에요?” 6살짜리 아이들이 모두가 그렇듯이 궁금증에 가득 찬 얼굴로 승미를 쳐다보며 되물었다.
“아픈 것도 힘든 것도 잘 보살펴 주는 그런 곳이란다.“ 현주는 애써 쉽게 현주에게 설명하면서 바닥 청소를 마치고 분재를 닦고 있는 말로를 쳐다보았다.
할머니의 시선을 따라서 말로를 쳐다보던 현주가 또 질문 세례를 퍼부었다.
“말로도 안 아프잖아요. 그럼, 말로도 할아버지 계신 곳에서 온거에요”
“말로는 안드로이드라서 아픔도 피곤함도 없단다. 그리고 증조할아버지는 안드로이드가 아니고 사람이니깐 그곳에서 계신 거야“
“음, 무슨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어요. 그리고 할머니, 저 계란 잘 안 먹어요. 다음에는 베이컨으로 해주세요. 오늘은 다 먹고 갈게요”
야무지게 대답하는 손녀를 쳐다보며 승미는 남은 빵에 잼을 발라서 우걱우걱 삼켜 넣었다.

“봉석 팀장님, 백업 준비는 어떻게 되고 있나요?” 유민의 다그치며 봉석 팀장에게 질문했다. 듣고 싶은 대답이 정해져 있다는 걸 현장의 모든 사람이 알고 있었지만 말이다.
“네, 상무님. 준비는 모두 끝났습니다. 다만, 백업 주기가 6시간 단위라서 해당 시간에 온라인이던 이모탈 중 일부가 당시를 잊을 수 있습니다.” 봉석은 불안한 기색 하나 없이 유민이 듣고 싶은 말을 즉답하였다.
“유민님, 그런데 일부 이모탈의 기억이 없어진다는 건 신탁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봉석과는 대조적으로 유리는 불안한 목소리를 이야기하였다.
“문제가 될 만한 이모탈이 있을까요?” 유민은 유리의 말을 듣고는 불현듯 떠오르는 불안함에 되물었다.
“대부분 일상적인 기억이라서 문제가 안 될 것 같은데, 금융 거래가 한 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유리의 대답에 점점 더 불안함이 등을 타고 올라서고 있었다.
“기억이 아니고 기록입니다. 거래 내역이야. 별도의 기록에 남아 있을 테니 이모탈에 옮기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봉석은 여전히 무덤덤하게 이야기하였다.
“문제는 금융거래가 개인정보 보호 스크린으로 보호된 구간이라 어떤 기록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유리는 한층 더 불안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트렌젝션이 끝난 거래인가요?” 유민은 불안함을 숨기며 물었다.
“저희 쪽 API가 아니라서 그건 저희가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유리가 대답했다.
“외부 API 호출이니 우리 쪽 문제와 무관하게 잘 처리되었을 것입니다.” 봉석이 확신에 찬 대답을 하며 컴퓨터를 응시하며 명령을 기다리는 사냥개처럼 유민을 쳐다보았다.
“자, 복구 시작합시다. 유리님은 조금 더 사태 파악해 주시고요. 봉석 님은 복구 완료된 후에 인시던트 레포트 작성하고 법무팀에 전달해서 법무팀에서 언론 대응할 수 있게 해주세요.”
“옛썰!” 봉식은 신나게 게임 하듯이 도대체 어떻게 쓰는 건지 알 수 없는 글자도 적혀 있지 않고, 화살표 키도 없는 키보드를 연신 두드리고 있다. 신기하게 쳐다보는 와중에 유리가 유민에게 귓속말로 이야기한다.
“유민님, 문제가 된 이모탈은 상미그룹 전 회장님입니다. 그리고 API 콜 기록을 보니 출금이 아니라 입금 요청이었습니다.“
유민은 유리에게서 살짝 떨어지면서 대답했다. “외부 API는 제대로 작동한 거죠?”
“네, 문제없는 것 같습니다.” 유리는 석연치 않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이슈 제기하면 그때 대응하시죠.” 유민은 일 분이라도 이 사태를 빨리 마무리하고 싶었다.
“상무님, 작업 완료되었습니다. 인시던트 레프트 작성하겠습니다.” 봉석은 심지어 들뜬 목소리로 모두에게 외쳤다.
“봉석 님, 법무팀에는 장애 보고서 설명 따로 해주시거나, 법무팀이 이해할 수 있도록 작성해 주세요.” 유민이 근심 어린 표정으로 봉석에게 이야기했다.
“옛썰!” 봉석은 듣지도 않고 대답하며 자리를 떠났다.
“부사장님, 복구까지 모두 잘 마무리하였습니다. 법무팀에서 관련 내용 정리해서 언론 배포 및 고객에게 공지할 예정입니다.“
유민은 상사에게 현재 상황을 보고 하였다. 상사는 전화기 너머로 화난 목소리를 꾹꾹 눌러 가며 격려와 질책을 하였다. 짧은 통화가 마무리되고 나서 유민은 모여 있던 사람들을 둘러보면서 머리 위로 가볍게 박수를 치며 수고 했다는 격려와 함께 모두 퇴근하라고 말해 주었다. 유리는 가벼운 목례를 하고 퇴근했고, 유민도 집으로 돌아가면서 현주에게 전화했다.
생각보다 마무리가 일찍 되어 현주랑 저녁이라도 같이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전화를 받은 현주는 박수를 치며 기뻐했고 승미도 빨리 들어 오라도 재촉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차에서도 여러 가지 잡다한 업무를 마무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문득 IIY 광고 옆에 엘레시움 평원 광고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두 회사는 한국에서 각축을 벌이는 이모탈 신탁 회사였다. 작년까지만 해도 엘레시움 평원은 IIY가 상대도 할 수 없는 엄청난 회사였다.
그런데 봉석 팀장과 그 팀원을 데려오면서 IIY의 상승세가 찾아왔고, 지금은 어깨를 나란히 견주는 경쟁사가 된 것이다. 봉석 팀을 처음부터 바로 데려오지는 못하고 잘 알려지지 않은 IIY의 자회사에서 6개월 근무하고 옮겨왔다. 봉석 팀은 스스로를 케르베로스로 불린다. 이름이 어려워서 다들 봉석 팀이라고 불러서 봉석 팀장은 못내 아쉬워하는 눈치이다.
핸드폰의 메세지로 유리의 짧은 메세지가 남겨져 있지만 유민은 쓱 보고 넘겨 버린다.


‘IIY 의문의 해킹 공격으로 서비스 일시 중단, 이모탈을 노린 테러라는 주장도 일각에서 제기됨‘ 다음 날 주요 일간지의 헤드라인이다. 유튜브나 각종 SNS에서 이모탈에 대한 갑론을박이 오고 가고 있었다.
“로하~ 여러분 안녕하세요? 실생활의 법률 이야기를 나눠보는 생활 법률 채널 법은 주먹보다 멀지만 강하다의 뉴딜입니다.“ 요란한 소개로 시작되는 팝 캐스트를 승미는 곰곰이 쳐다 보고 있다.
“어제 밤에 IIY에 해킹 공격이 있었습니다. 로친 여러분들 중에서도 관심이 있던 분들도 계실 텐데요. 오늘은 IIY가 가지고 있는 법률적인 이슈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특히나 상속에 대해 중요한 부분이 많으니 상속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유심히 들어주세요.” 어젯밤 주요 뉴스 화면이 빠르게 지나가면서 다시 뉴딜의 설명을 이어간다.
“여러분, 어떻게 보셨나요? IIY의 해킹 공격은 단순히 서버를 다운 로드 시키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재산을 물려주지 않고 직접 관리하시려는 분들에게는 요.” 뉴딜은 말을 계속 이어간다.
“어제 밤의 공격으로 재산을 잃은 이모탈은 없다고 하는데요. 믿을 만한 소식은 아닌 것 같습니다.” 승미의 순간 주의를 기울이며 듣는다.
“이모탈이 직접 관리하는 자산은 전적으로 시스템에 의존하기 때문에 아주 치명적이죠.” 뉴딜은 알쏭달쏭한 이야기를 이어간다.
“오늘은 이 부분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이모탈이 무엇이고, 이모탈이 자산을 관리해주는 소위 ‘신탁’ 회사의 법률적인 구조에 대해서도 알아보겠습니다.” 화면이 예전 뉴스들을 비춰주면서 스튜디오가 바뀌었다. 이번 팝캐스트에 꽤나 신경을 쓴 모양새이다.

“이모탈은 2020년대말에서 2030년대초에 걸쳐서 만들어진 기술입니다. 그 이전에는 가상의 아바타를 만드는 기술에 신경을 쓰고 기술이 발전했고, 2020년대 말에는 튜링 테스트를 완벽히 통과할 정도의 가상의 인물이 만들어져서 세상의 이목을 끌었죠. 이때만 해도 사람들은 너무나 사람 같은 디지털 렌더링에 놀라기도 하고 두려워하기도 하고 각양각색의 논평을 내놓았죠.” 벌써 몇년이 지난 이야기를 하면서 뉴딜은 흥분하는 모양새였다.
“그러다가 정말 획기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이 등장했죠. 어떤 사람들은 광인이라고도 했고, 사기꾼이라는 사람도 있었고, 천재라고 일컫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바로 IIY의 창립자 조규남 대표였죠.“ 템포가 떨어졌는지 댓글창이 아우성을 쳤다.
“그 디지털 아바타의 성격과 성향을 사람의 라이프 로그, 즉 평생 기록을 바탕으로 학습해서 특정인과 똑같이 행동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여기까지 야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것이었지만, 조규남 대표는 정말이지 쇼킹한 생각을 추가 했습니다. 사람이 죽게 된 후에 그 사람의 재산을 상속으로 물려주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아바타에게 관리하도록 하게 한 것이죠. 이게 이모탈의 기본 아이디어입니다.“ 자산을 디지털이 관리하다니 놀라운 생각인걸이라고 승미는 속으로 동의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죠. 이모탈이 아니라 진짜 사람 같다고 하더라도 자연인이나 법인이 아니기 때문에 자산을 소유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없었습니다.” 승미는 미처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 자세를 다잡고 듣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모탈의 자산 소유 가능성 여부 때문에 법률적인 검토 결과에 대해서 세상의 이목이 쏠렸죠. 그리고 조규남 대표에 대한 비판과 야유도 봇물 터지듯이 터졌습니다.” 승미는 어렴풋이 그때가 생각이 났다. 직장 생활 말미였던 당시에 회사 사람들 중에 몇몇이 아주 큰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 귀가 따갑도록 들었던 기억이다.
“지지 부진했던 법적 검토 마친 후 조 대표가 선택한 결과는 자산 신탁이었습니다. 자산을 신탁에게 맡긴 후 맡겨진 자산에 대한 처리를 이모탈의 결정에 따라 그대로 신탁 회사가 진행하는 것이죠. 오랜 고심 끝에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안이었습니다.“ 구지 고육지책이라는 어려운 단어를 써야 할까 하고 승미는 잠시 생각해 본다.
“방법의 세련됨과 타당성은 상관없다는 듯이 방법을 찾은 조 대표의 행보는 거침이 없었습니다. 바로 ‘Immortal Is Yours’라는 신탁회사를 설립했습니다. 신탁을 통한 자산 운용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2~3년이 걸렸고 수십조의 투자금이 들어갔습니다.” IIY에 저렇게 많은 투자금이 들어 갔다는 사실이 너무 놀라워 승미는 입을 멍하니 벌리고 있었다.
“그리고 2030년 12월쯤 IIY는 서비스를 개시했습니다. 수십조의 투자금은 전세계 각지의 투자자들의 러브콜로 어렵지 않게 모았기 때문입니다.“
IIY 설립 후 몇 년 뒤 특허권 모두가 사용할 수 있게 한 조규남 대표 덕분에 유사한 업체가 우후 죽순처럼 생겨나기 시작했다. 엘레시움 평원은 특허권 공개 이전에 로얄티를 지불하면서 사업을 시작한 나름 선두 업체였다.

유튜브 토론 대회에 조규남 대표와 신용희 작가가 마주 앉아 대담을 진행하고 있다.
“자살로 세상을 떠나려는 것은 인생에서 가장 큰 죄악이며 또한 신에 대한 반역이다. 키에르케고르는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는 책에서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자신의 지식을 한 것 뽐낸 신용희 작가는 의기 양양하게 조규남 대표를 쳐다보면서 말을 이어 갔다.
“이모탈이 되기 위해서는 자연사 하거나 스스로 생명을 끊는 결정을 해야 합니다. 비록 법적인 지위를 인정받지는 못했지만, 인간 윤리상 양립할 수 없기 때문이죠.”
자신이 인용한 명언이 너무나 흡족한지 작은 어퍼컷을 날렸다.
“실존하지 않는데 존재한다고 할 수 없습니다. IIY에 있는 이모탈은 모두 실존하지 않는 허상일 뿐입니다. 사람이라고 할 수 없지요.“
조규남 대표는 옅은 미소를 띄며 신용희 작가의 말을 모두 경청한 후 천천히 입을 열었다.
“튜링 테스트를 알고 계시지요? 인공지능이 개발되던 초기에 사람이 인공지능을 알아 볼 수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하기위한 사고 실험이었습니다.”
잠깐의 여유를 두고 말을 이어갔다.
“이모탈들은 모두 튜링테스트를 완벽히 통과했습니다. 가려진 벽면 뒤의 존재가 사람인지 이모탈인지를 구별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이모탈 각각은 스스로 의사 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창조한 세계에 대한 강한 자부심이 들어나는 제스처와 함께 조 대표는 말을 이어 갔다.
“이런 의사결정 능력 바탕으로 사람들이 살고 있는 세상과 연결된 인터페이스를 통해서 경제 활동도 직접 할 수 있습니다. 법적인 지위만 가지지 못할 뿐이지 우리 사람과 다르지 않습니다.“
신용희 작가는 기다렸다는 듯이 조규남 대표의 발언을 맞받아 쳤다.
“튜링 테스트를 통과했다고 해서 그 존재가 실존한다고 할 수 있을까요? 저도 사고 실험 하나를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중국어 방’을 알고 있나요?“
끝없는 지식 자랑의 배팅인양 신나서 말을 이어간다.
“1980년, 철학자 존 설(John Searle)이 제시한 개념입니다. 중국어를 하나도 모르는 사람이 중국어 발음에 따라 답을 하는 답안지를 엄청 많이 가지고 있으면서 뜻을 모르면서 기계적으로 답을 할 수 있다고 가정합니다. 다른 사람이 생각하기에는 중국어를 엄청 잘한다고 생각하겠지만, 과연 그럴까요? 실재하지 않는 허상을 우리는 인간이라고 믿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조규남 대표를 쳐다본다.
“신용희 작가님의 말씀이 맞을 수 도 있습니다. 이모탈이 생각을 하고 의사 결정을 한다고 해서 사람이라고 할 수는 없겠죠. 그런 이유 때문에 아직 법적인 지위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일 수 있습니다.“
신용희 작가는 의외의 반응에 반색한 표정을 지었다.
“실존주의를 말씀하셨으니, 저는 구조주의 관점에서 말씀을 드려 볼까요? 프랑스의 롤랑 바르트는 저자의 죽음은 독자의 탄생을 말한다고 하였습니다. 텍스트의 의도는 저자가 만들어 내지만 그 글을 읽는 독자, 사회, 사상, 시대가 구조적으로 결정하는 것이죠.“
조규남 대표는 물 한 모금을 들이켜고는 말을 이어간다.
“이모탈이 원 주인, 주체인 사람을 모사할 뿐 그 자체가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의 예전 행동과 사고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면, 그 사람을 기억하는 주변인과 사회는 구조적인 관점에서 동일시 하거나 또 다른 자아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쉬지 않고 신용희 작가가 반론을 하였다.
“그것이 바로 제가 말하는 허상이라는 것입니다. 모두가 집단적으로 잘못된 사고 체계에 갇혀 있는 것이죠!”
그리고 한 마디를 덧붙였다.
“사람을 기억하기 위해서라면 이모탈이 왜 경제 활동을 그리 활발히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네요?”
조규남 대표는 잠시 목소리를 가다듬고 대답하였다.
“이모탈의 경제 활동이 바로 IIY의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이모탈은 경제 활동을 통해서 얻은 수익을 스스로의 서버 운영 비용, 시스템 업그레이드 비용으로 사용합니다. 또한 서비스 이용료도 함께 지불되는 구조입니다.”
신용희 작가는 약간의 경멸이 섞인 표정으로 자문자답 하듯 의견을 내었다.
“그 들은 죽어서도 돈의 노예로 남는군요. 그럼 경제 활동을 잘못하여 자산을 모두 잃거나 부족하면 어떻게 되나요?”
거의 멈춤 없이 답변이 돌아왔다.
“일부 부족 분에 대해서는 회사의 비용으로 임시로 충당하고 자산이 회복될 때 회수하거나 이용 기간에 따라 감면을 해주기도 합니다. 그런데 전액 손실을 본 경우나 파산을 한 경우에는 이모탈은 삭제됩니다.”
그 대답이 나오길 유도한 것처럼 쏟아 붙이는 상대방이었다.
“결국 이모탈도 죽음을 맞이하는군요. 불사의 존재가 아니군요.”
큰 동요 없이 답변이 이루어졌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그런 일들이 종종 발생합니다. 특히 모험적인 투자 성향을 지닌 분들에게 더 자주 발생합니다.”
“투자 이야기가 나왔으니 한가지만 더 질문 드리겠습니다. 이모탈과 인간은 동일한 자본 시장에서 경쟁을 합니다. 이모탈은 개개인의 주체가 아닌 IIY라고 하는 신탁 회사의 자산으로 운영이 되는 거죠. 그렇다 보니 보통의 사람들은 컴퓨터 속에서 존재하는 엄청나게 빠른 계산과 정보를 가진 이모탈과 경쟁하게 되는데 공평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조규남 대표는 잠시 메모를 하고 답변하였다.
“IIY는 그 과정에서 불법적인 일을 하지 않습니다. 이모탈이 개설한 계좌에서 요청한 주문에 따라 자산을 운영 할 뿐입니다.”
앞선 대답들과는 다르게 조금은 석연치 않은 대답을 남기고 토론은 마무리되었다.

“유민이 회사에 큰 일이 있었다는데, 너는 신경도 안 쓰이니?”
승미와 서현은 교외 카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유민이는 똑똑해서 잘 해결했을 꺼야.”
승미는 관심이 하나도 없는 표정으로 기계처럼 대답했다.
“뭐, 유민이 똑똑한 거야 우리가 다 아는 사실이잖니? 유민이는 회사 대표랑도 친하데?”
몇 일전부터 서현의 유민이에 대한 관심이 의아했던 승미는 자세를 고쳐 앉으며 대답이 아닌 질문으로 받아 쳤다.
“우리 조서현 여사께서 언제 부터 유민이의 회사에 이렇게 관심이 많아졌을까?”
흠칫 놀라는 표정으로 서현은 마치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이 둘러 대며 이야기했다.
“아니, 조카가 일하는 회사 대표가 토론회도 나오고 하는데 어떻게 관심이 없을 수 있니?”
승미는 여전히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 회사 대표가 유명했던데 어제 오늘 일도 아니고, 갑자기 왜 이리 관심이 많아졌는지가 궁금해집니다. 조서현 여사님”
대답을 회피한 서현은 이미 차게 식어 아무 맛도 안나는 비엔나 커피를 비우며 허공에 대고 이야기를 이어 갔다.
“좀, 이상해. 자기 할아버지가 있는 엘레시움 평원이 아니라 IIY에 취직한 것 부터 이상하다 생각 했어.“
자세를 바로잡고 말을 이어갔다.
“게다가 그때만 하더라도 IIY가 엘레시움 평원보다 사세가 좋지 않았고, 원조면 뭐하나? 회사는 수익이 좋아야지 말이야.”
승미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유민이가 원조를 좋아해. 본인은 원조에서 꼭 일해 보고 싶다고 하면서 지원하더라구”
수현은 얼굴을 들이밀면서 질문을 이어 갔다.
“상무이니까, 대표하고는 친할 꺼 아냐? 뭔가 막역한 사이가 아닐까?”
“임원이니까 같이 회의하고 하겠지 뭐, 유민이는 회사 이야기 하는 것 싫어해. 게다가 같이 살고 있는 것도 아닌데 뭘”
매우 실망한 표정으로 고개를 획 돌렸다.
“이 분 유민이가 아니라 대표한데 관심이 있었나 보네. 꿈 깨세요.”
수현은 매우 난감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무슨 소리야. 아니야. 얘가 무슨 소리야”
승미는 깔깔 웃으면 언니를 놀리는데 신이 나서 계속해서 놀려 대며 이야기를 이어 갔다. 어느새 저녁이 되었고, 둘은 차를 차고 돌아 가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너 언제까지 아빠 저기에 있게 할 꺼야?”
승미를 언니를 쳐 다도 보지 않고 대답했다.
“응? 무슨 소리야? 아빠는 거기서 영원히 있는 거 아냐? 아빠는 구두쇠라서 기탁금 다 잃는 투자는 안 할 꺼야.”
서현은 슬픔과 격멸이 공존하는 눈빛으로 승미에게 쏘아 부치며 이야기했다.
“그 이야기가 아니잖아. 지금 저건 아빠가 아니야. 그냥 아빠를 흉내내는 디지털 덩어리 일뿐이라고”
승미는 이미 질려버린 주제를 꺼내는 언니가 못내 못마땅하여 대꾸했다.
“몇 번을 이야기해. 우리도 알아보고, 기억도 하고 있어. 그런데 어떻게 아빠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
수현도 이에 질세라 대꾸했다.
“넌 어제 중국어 방 이야기도 못 들어 봤니? 그건 실체가 아니라 흉내라고”
“내가 이래서 너 랑 대화하기 싫은 거야. 중국어 방? 그게 뭐야. 아무튼 우리 아빠는 아직 살아 있다고”
수현과 승미의 말다툼은 수현이 내려서 집으로 들어 갈때까지 계속되었다.

“잘 살펴 봐주세요. 분명이 이것 말고도 자산이 있다고 아버님이 이야기 하셔서.”
정희는 초조한 얼굴로 친절함이 얼굴 한가득 묻어 있는 정한에게 부탁하고 있다.
“고객님, 저희가 잠시 서버가 다운로드 되었을 때 금융 거래가 발생한 건은 민정희 고객님 아버님 경우라고 파악 했고 해당 금융사와 이야기 해서 잘 처리 하였습니다.”
정희는 여전히 불안한 얼굴로 표정으로 부탁 하였다.
“민정희 고객님, 안심하세요. 저희 기술팀 전원이 IIY 서버에 기록되거나 타기관에 남아 있던 기록을 모두 참고해서 복구해 놓은 건입니다.”
벌써 몇 십 분째 실랑이를 벌이고 있지만 정한은 친절한 표정을 유지하고 대답했다.
“알겠어요. 기술팀이 모두 검사 했으니 맞겠죠.”
정희는 고개를 푹 숙인 채로 돌아갔다.
“아버님, 주무시는 동안 진행됐던 거래는 모두 복구 되었다고 합니다.”
“얘야, 잔게 아니라 서버가 다운 되었던게지. 이 애비도 다 안다.”
정희는 움찔 하며 대답했다.
“아, 죄송해요. 제가 살아 계실 때 버릇이 들어서요.”
“괜찮단다. 그나 저나 분명히 사라진 게 분명한데 찾을 방법이 없구나.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 말이야”
눈이 휘둥그레져 정희가 질문했다.
“아버님,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요? 아니, 왜 말씀 안 하셨어요?”
봉달은 대수롭지 않은 듯 대답했다.
“딱, 한 번 그랬고 그리 큰 돈도 아니었으니 괜찮단다.”
패드에 적힌 금액을 보고 정희가 대답한다.
“20억이 어떻게 적은 돈이에요. 정말 이번 다운 됐을 때 거래하신게 맞아요?”
봉달은 눈을 껌뻑 이면서 고민해봤지만, 기록에 남아 있지 않아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글쎄다. 이제 나도 노망이 났나 보다 그래.”
정희는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고 대답했다.
“아버님, 이모탈이 노망이 어떻게 걸려요. 이건은 제가 좀 알아 볼께요.”
수십억이 사라졌지만,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흐뭇한 표정의 정달이 대답했다.
“그래, 아가 네가 고생이 많구나. 요즘 가게는 좀 어떻니?”
패드를 뒤척이던 정희가 대답했다.
“아버님이 가게 위치를 잘 잡아 두셔서 아직도 잘 되고 있어요. 법인으로 전환을 아직 못해서 세금이 많이 나오지만요.
패드를 좀 더 뒤척이다 대답을 이어간다.
“그래도 그 덕분에 아버님에게 돈을 계속 드릴 수 있네요. 저 이만 가 볼께요. 오늘도 열심히 장사 해야죠!”
봉달은 떠나가는 정희를 바라보다가 오프라인으로 전환되었다.
“사장님, 잘 다녀오셨어요?”
오후 장사를 준비 하던 직원이 반갑게 정희를 맞이하였다.
“덕분에 잘 갔다 왔어. 준비하는데 문제 되는 건 없고?”
“네, 평소처럼 아주 잘 돌아 가고 있답니다. 그런데 사장님 어디 다녀 오셨어요?”
이런 저런 준비를 하며 정희가 대답을 한다.
“응, 아버님 뵙고 왔어. 몇 일전 사건 때문에 문제가 좀 있었거든”
“사장님은 참 착한 것 같아요. 돌아가신 시아버지를 그렇게 지극히 챙기시고”
정희는 여전히 이런 저런 준비를 하며 대꾸하였다.
“아버님이 나를 얼마나 예뻐 하셨는데, 그 사람 사고로 죽고 나서도 힘내서 살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우리 아버님 덕분이야”
직원은 신기해 하며 말을 이어갔다.
“사장님 남편분은 왜 이모탈로 안 모셨어요?”
정희는 갑자기 직원을 쳐다 보며 대답했다.
“그 사람 죽었을 때는 서비스가 나오기 전이었고, 서비스가 있었다고 해도 그 사람은 이모탈이 되게 하지는 않았을 꺼야.”
직원은 말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닫고 후다닥 도망치듯 자리를 피했다. 정희는 큰 동요 없이 창밖을 내다 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태수는 센티언톤의 사업에 대한 투자를 받고 곧바로 사무실로 달려 갔다.
“여러분! 센티언톤이 드디어 투자를 받게 됐어요! 이제 개발과 사업 협력에 더 속도를 낼 수 있습니다!”
엄청 흥분한 상태로 10여명 안팎의 동료들에게 이야기를 했고, 모두들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자, 우선 우리 안드로이드에 이식 할 수 있는 이모탈 업체를 찾아야 합니다.”
“IIY가 어떨까요?”
사람들 속에 섞여 있는 누군가 소리 쳤다.
“그래요. 최근 서비스 이슈도 있었으니 새로운 이슈가 필요할 수 있겠네요.“
환호성을 지르는 동료들을 조용히 시키고 태수는 조규남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대표님, 안녕하세요? 저 태수에요.“
전화기 너머로 반가워하는 소리가 동료들에게 까지 전달되었다.
“네, 저희 회사 이번에 투자 받았어요. 아, 네. 감사합니다. 사업에 대해 조언도 들을 겸 한 번 찾아 뵈려고 하는데 언제 괜찮으세요?”
몇 번의 상투적인 대화를 나눈 후 전화를 마친 후 태수가 이야기 했다.
“다음 주에 만나 뵙기로 했어요. 가기 전에 사업 계획서 마무리 해서 대표님께 좋은 인상을 남겨 봅시다!“
모두들 다시 한 번 환호성을 지르고 각자 자리로 되돌아 갔다.
그때 태수의 핸드폰이 울린다.
“네, 센티언톤 정태수 대표입니다. 네? 전화 주신 곳이 어디 시라고요?“
태수의 표정이 묘하게 바뀌며 대화를 이어 갔다.
“아, 그럼 내일 찾아 뵈면 될까요? 네? 오늘 이곳으로 오신다고요? 아니요. 저야 영광이죠. 그럼 제가 주소 랑 알려 드리겠습니다.”
옆자리 동료가 무슨 내용이지 궁금한 표정으로 태수를 빤히 쳐다 보고 있었다.
“엘레시움 평원 사업 제휴 담당자인데 우리 사무실로 오겠다고 하네.“
무언가 깨달은 듯 태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뛰어 나가 버렸다. 한 시간 쯤 돌아온 태수는 사업 계획서 작성에 몰두 한다.
두어 시간이 흐른 뒤 엘레시움 평원 사업 제휴 담당자가 방문했다.
“저희가 방문해도 되는데 멀리까지 오시느라고 고생하셨습니다.”
“아, 괜찮습니다. 엘레시움 평원 사업 제휴는 외곽의 평원이 아니라 시내에 있어서 괜찮습니다.”
“그렇군요. 이쪽으로 앉으시죠.“
“대표님, 투자 받은 것 축하 드립니다. 근래 보기 드문 액수의 투자였다고 들었습니다.”
벌써 투자 받은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을 듣고 태수는 흠짓 놀랐다.
“네, 맞습니다. 최근 이모탈에 대한 관심이 높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혹시 센티언톤 제품이 이식할 이모탈은 결정하셨나요?”
비지니스 모델에 대해서 질문하는 담당자에게 묘하게 이질감이 느껴졌지만 태수는 웃으며 대답했다.
“아직 이모탈 이식에 대해서는 논의된 회사는 없습니다. 엘레시움 평원 측에서 관심이 있으신 가요?”
기다렸다는 듯이 사업 제휴 담당자가 자료를 화면에 올렸다.
“대표님이 진행하고자 하는 사업 방향과 모델에 대해서 저희 엘레시움 평원은 아주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아… 그렇군요. 그런데 저희가 아직 이모탈 업체들과 많이 이야기 하지 않아서요.”
“혹시, 조규남 대표님과 관계 때문에 그러신 가요?”
“아닙니다. 개인적인 연분은 사업과는 무관합니다. 다만, 아직 다른 이모탈 업체들과 논의를 해보지 않아서요.”
“저희는 대표님의 비지니스 모델과 비전에 적극 공감하고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이미 몇몇 이모탈은 물리적 신체를 가지는 것에 매우 흥분되어 있습니다.”
“아, 그렇군요. 사업 파트너도 찾아야 하지만 아직 법적인 문제가 남아 있어요. 이 부분을 해결하지 못하면 꽤 많은 시간을 허비 하게 될 것입니다.”
엘레시움 평원 사업 제휴 담당자는 몇가지 서류를 뒤적이다가 좌측 상단에 기울어지지 않고 평평하게 철된 스템플로가 있는 서류를 하나 건네면 이야기 한다.
“엘레시움 평원은 대표님의 결심만 있다면 공동으로 법률 대응을 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물론, 대표님은 BM과 비전에 대해서만 확실히 해주시면 됩니다. 실제 법률 이슈는 저희가 처리 하도록 하겠습니다.”
조금은 놀란 표정으로 태수는 말을 이어갔다.
“제안 감사 드립니다. 주신 자료는 제가 잘 읽어 보고 고민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업 제휴 담당자가 돌아 간 후 전화기를 보니 규남의 메세지가 와 있었다.
’태수야, 혹시 센티언톤에 IIY의 이모탈을 이식하는 이야기라면 아저씨가 해줄 말이 없단다. 부디 그 이야기가 아니길 바란다. 다음주에 보자‘
메세지를 본 태수는 규남을 위해서 사온 에스쿠도 로호 와인을 쳐다 보며 한 숨을 푹 쉬었다. 사업을 처음 시작 할 때 많은 도움을 주었던 규남이 유일하게 도움을 주지 않았던 것이 IIY의 이모탈의 이식에 대한 견해였다. 시간이 지났지만 규남의 생각은 변함이 없는 것 같아. 못내 서운한 태수는 모든 것을 잊으려는 듯 사업 계획서 작성에 매진하였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회사, 지역 및 각종 뉴스와 정보는 허구에 기반하였으며 동일한 이름을 가진 인물, 회사, 지역은 작가의 상상력과 실제 지명이 우연히 일치한 것이며 어떠한 연관성이나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